中 최대 파운드리 SMIC, 내년 5나노 본격 가동 예정
EUV 등 필수 장비 부족… 5나노 수율 30% 안팎 전망
“SMIC 5나노 공정 가격 TSMC보다 50% 비쌀 듯”
화웨이 어센드 AI 칩./화웨이
화웨이가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가 내년 가동을 앞둔 5㎚(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의 성공적인 양산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규제로 TSMC와 삼성전자의 첨단 공정을 활용하지 못하자, 자국 기업인 SMIC가 5㎚ 공정을 안정화할 수 있도록 장비 개발 등 협력에 고삐를 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SMIC는 내년 파운드리 5㎚ 공정을 가동할 방침이다. SMIC는 이르면 올해 5㎚ 공정 양산에 필요한 장비를 도입해 양산 라인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SMIC는 화웨이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규제를 받고 있어 7㎚ 이하 공정의 핵심 설비인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수입이 제한돼 첨단 공정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 화웨이 최신 AI 가속기, SMIC 7㎚로 제조
화웨이는 최근 인공지능(AI) 가속기 어센드 910C를 공개했다. 어센드 910C는 추론에 특화된 AI 가속기로 추론 성능에서 엔비디아의 첨단 AI 가속기 H100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센드 910C는 딥시크를 비롯한 중국 IT 기업들이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투입될 예정이다. 어센드 910C는 SMIC의 7㎚ 공정을 통해 양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SMIC의 첨단 공정이 7㎚ 수준에 머물면서 화웨이의 차세대 AI 칩 양산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엔비디아와 AMD, 인텔 등은 TSMC의 3㎚ 이하 첨단 공정을 활용해 AI 칩을 제조하고 있는 만큼 이들과 경쟁하려면 칩의 성능을 높일 수 있는 미세 공정 적용이 필수다.
이를 위해 화웨이는 자국 파운드리 기업인 SMIC의 5㎚ 공정의 원활한 양산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화웨이와 협력해 장비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 반도체 장비 기업 ‘사이캐리어’는 지난주 세미콘 차이나 2025에서 5㎚ 공정에서 EUV 노광 장비를 대체할 수 있는 심자외선(DUV) 장비 솔루션을 공개했다. 이 외에도 화웨이는 자사의 칩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공정 최적화 등 SMIC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사이캐리어는 2년 전 DUV 장비를 통해 5㎚ 반도체를 제조하는 특허를 등록한 바 있다. 이는 SMIC가 DUV를 이용해 7㎚ 공정으로 화웨이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제조한 것과도 연관된다”고 보도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 SMIC 5㎚ 수율 30% 안팎… “공정 가격 TSMC보다 50% 비쌀 것”
문제는 DUV 장비를 활용할 경우 EUV 장비 대비 정밀도가 떨어져 수율이 저조하다는 점이다. EUV를 대신해 DUV를 활용하게 되면 반도체 인화지 위치를 조정해가며 여러 번 빛을 투사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통상 5㎚ 제조 과정에서 EUV를 활용할 경우 노광 작업을 1회, 많으면 2회 반복하지만 DUV로 대신하게 되면 최소 4번 이상을 반복해야 한다. 절차가 복잡해지는 만큼 수율도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고 반도체의 성능도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SMIC의 5㎚ 공정 수율은 3분의 1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저조한 수율로 5㎚ 공정 가격도 TSMC보다 50% 비쌀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현재 TSMC의 5㎚ 공정 수율은 90%를 웃돌고 있는 반면 SMIC의 5㎚ 공정 수율은 30% 안팎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SMIC의 5㎚ 공정 수율과 성능은 TSMC와 삼성전자의 공정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라면서도 “자국 반도체 제조 수요에 힘입어 공정이 안정화되고, 중국 반도체 장비 기업의 수준이 높아지게 되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 기업에 위협적인 측면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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