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민규(왼쪽)-김준형이 27일 인천공항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천공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황민규(왼쪽)-김준형이 27일 인천공항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천공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인천공항=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안 되는 건 없더라고요."
지난 27일 인천국제공항, 무거운 짐을 한가득 안고 입국장에 들어선 '파라 알파인스키 국대' 황민규(29)와 '파트너' 김준형(28)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패럴림픽을 1년여 앞두고 유럽에서 얻은 수확은 컸다. 특히 동계패럴림픽이 펼쳐질 코르티나담페초에서 지난해 펼쳐진 월드컵 남자 시각 슈퍼대회전(SG) 3위로 포디움에 올랐다. 올 시즌 월드컵 마지막 대회로 진행된 스위스 베이소나츠 대회서 황민규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대회전(GS)에선 기록을 단축시켰고, 회전(SL)에선 최고 기록을 쓰기도 했다. 아쉽게 포디움을 놓쳤지만 패럴림픽을 향한 자신감을 키우기엔 충분했다. ◇김준형(왼쪽)과 황민규가 지난해 12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월드컵에서 메달을 차지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지난 16일 발표된 국제스키연맹(FIS) 파라 알파인스키 시각 부문 랭킹에서 황민규는 SL(7위), SG(8위)를 비롯해 알파인복합(AG·8위), 대회전(GS·8위), 활강(DH·7위) 등 전종목에서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출전권을 일찌감치 확보한 황민규-김준형은 이제 '2014년 소치 대회 SL 4위' 양재림의 역대 최고 성적을 넘어선 사상 첫 포디움을 정조준하고 있다.
황민규는 "김준형 파트너와 '하던 대로 하자'고 임했다. 아쉬움도 있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도 있었다. 이 기세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스위스 대회를 돌아봤다. 김준형은 "경쟁 선수들과 격차가 있었지만, 충분히 따라 잡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내년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올 시즌 최고 성과는 단연 코르티나담페초에서의 SG 3위. 황민규는 "남자선수가 월드컵 SG 3위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확실히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며 미소 지었다. 김준형도 "패럴림픽 땐 월드컵에서 만났던 선수 대다수가 출전한다. 올 시즌 4~5위권이었던 만큼, 좀더 노력한다면 포디움도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고 내다봤다. ◇황민규. 인천공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김준형. 인천공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150일 간의 유럽 생활은 에피소드의 향연이다. 종목 특성상 교외 먼 지역까지 차로 이동하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다. 쌓인 눈에 타이어가 빠지고, 긴 시간 이동하며 쌓이는 피로는 덤. 해외 생활을 충분히 경험했음에도 식사 문제는 여전히 높은 벽이다. 날씨 때문에 경기 진행이 지체돼 하염없이 기다리는 날도 더러 있었다. "풀어놓자면 한도 끝도 없다"고 웃는 황민규-김준형이지만, 패럴림픽 포디움이라는 목표 하나를 바라보며 전진하고 있다. 귀국 후 1주일 남짓 휴식을 취한 뒤 일본으로 날아가 다시 훈련을 시작한다는 황민규는 "여전히 선수로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일본에선 체력과 기술을 강화하고, 이후 훈련을 거듭하며 체력, 기술, 컨디션 관리에 초점을 맞출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준형은 "황민규가 체질 문제로 다른 선수에 비해 체중이 가볍다는 핸디캡이 있다. 이를 보완하고, 남은 기간 대표팀 및 소속팀(서울) 훈련을 병행하면서 발전해 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파라 알파인스키 시각 부문은 비장애인 파트너가 뒤따르는 시각장애 선수에게 무선 헤드셋을 통해 코스 정보를 알려주고 함께 경기하는 종목. 최대한 속도를 내면서도 장애선수가 처지거나 코스를 이탈하지 않도록 앞서 달리는, 눈의 역할을 한다. 때문에 서로의 호흡과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장애인 선수와 비장애인 파트너가 합심해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어울림'에 가장 충실한 종목이라 할 수 있다. 황민규는 지난달 동계장애인체전에선 5번째 2관왕, 7연속 금메달 위업을 달성했고, 김준형은 동계체전 최초의 '우수파트너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FIS 전종목 톱10 진입으로 최고의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날 김준형을 맞이하기 위해 공항을 찾은 여자친구 임지연씨(27)는 "매번 다른 장소로 이동하고 훈련하며 꾸준히 성적을 내는 게 대단하다. 장애-비장애인이 합심해 결과를 내는 것도 정말 멋지다"고 했다.지난달 제22회 전국장애인동계체전에서 신설된 우수파트너상의 첫 주인공이 된 '황민규의 가이드 러너' 김준형에게 양충연 전 사무총장이 상패와 상금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지난 2월 강원도 평창에서 펼쳐진 동계체전 당시 김준형(왼쪽)-황민규의 경기 모습. 사진제공=서울시장애인체육회김준형은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파트너를 시작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었다. (황)민규형과 호흡을 맞춘 뒤 '장애'보다는 '스키'에 집중했던 것 같다. 경기 습관이나 생활 패턴 등을 분석하는 데 공을 들였다"며 "직설적인 편이라 말다툼도 있었지만, 민규형이 내 진심을 이해해주고 마음의 문을 열어줬다"며 웃었다. 황민규는 "사실 장애를 이유로 보호 받는 느낌이 싫었다. '너는 장애가 있으니 우리가 지켜줄게'라고 하지만, 국가대표라면 어려움이 있어도 극복할 줄 알아야 한다"며 "(김)준형이가 파트너가 된 이후 훈련이나 경기적인 면에서 힘들고 괴로운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극복한 뒤 돌아온 보상은 기대 이상이었고, 성취감, 자존감도 높아졌고 그런 경험을 하면서 더 성장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황민규는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고, 왼쪽 눈도 초점을 잡을 수 없는 장애를 안고 있다. 그러나 공항서 만난 그는 어렵지 않게 짐을 옮기고, 주변 도움 없이 걸었다. 그는 "아버지가 준형이처럼 직설적인 면이 있으셨다. 어릴적부터 장애에 대해 보호보다는 '너는 이렇게 해서 초점을 잡고 키워보라'며 이겨내는 법을 가르쳐주셨다. 대회 성적이 안나와 포기할까 고민할 때도 '정말 좋아하는 거라면 극복하라'는 따끔한 질책도 하셨다"며 "장애는 보호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만 갖고 있다면 이룰 수 있는 게 없다. 주변인들은 위축되고, 결국 장애인도 '장애'라는 울타리 속에 갇히게 된다. 나 자신, 우리 아이를 믿고 극복하려는 노력과 응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인천공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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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최고의 듀오' 황민규-김준형의 모토는 '안 되면 될 때까지'다. 그동안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과를 만들어낸 것처럼,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에서도 전인미답의 포디움을 꿈꾼다. 황민규는 "마음 먹고 노력하면 안 되는 건 없더라. 그동안 꿈꾸며 노력했던 패럴림픽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뿐이다. 목표는 전종목 포디움"이라고 말했다. 김준형도 "아무도 걸어가지 않은 길을 가는 건 힘든 일이지만, 그 성취는 짜릿하다. 나와 민규형을 바라보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목표를 이룰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