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뉴욕현대미술관 소장
빈센트 반 고흐의 대표작 '별이 빛나는 밤'은 지난해 과학계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하늘을 휘감는 소용돌이를 표현한 생생한 붓터치에 물리학의 이론 중 하나인 '콜모고로프 난류 이론'이 적용됐다는 중국과 프랑스 연구팀의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한동안 학계의 화제가 된 이 주장에 대해 미국 과학자들이 과학적으로 근거가 부족하다는 반박을 제시했다.
2일 학계에 따르면 모하메드 가델하크 미국 버지니아 커먼웰스대 교수와 제임스 라일리 미국 워싱턴대 교수는 최근 국제학술지 '난류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반 고흐의 그림은 예술적으로 매우 인상적이고 상징적이지만 유체물리학 이론을 적용할 수 있는 측정 가능한 물리적 특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중국과 프랑스의 대기과학자와 유체역학자들은 국제학술지 '유체 물리학'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반 고흐의 1889년 작품 '별이 및나는 밤'에 묘사된 소용돌이가 콜모고로프 난류 이론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그림을 고해상도 디지털 이미지로 분석해 붓질의 크기와 방향, 별의 밝기와 색채를 정량적으로 측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유체의 에너지 흐름, 난류 구조, 소용돌이 분포 등을 비교 분석해 그림이 실제 대기 속 난류의 에너지 분포와 통계적 특성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콜모고로프 난류 이론은 20세기 소련의 수학자 안드레이 콜모고로프가 제안한 개념이다. 불규칙하고 복잡한 난류 현상을 통계적으로 해석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속도와 같은 실제 측정한 물리적 수치를 바탕으로 계산해 크고 작은 소용돌이(난류)가 어떤 패턴으로 움직이고 에너지가 어떻게 전달되는지 수학적으로 설명한다. 오늘날 기상학, 항공우주공학, 해양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당시 연구팀은 ‘별이 빛나는 밤’의 소용돌이 형태와 별의 배열, 밝기 분포 등이 콜모고로프 이론에서 계산한 결과와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그림의 색 대비는 유체 내 밀도 분포 변화를 반영하며 작은 규모 난류의 에너지 전이를 설명하는 ‘배츨러 척도’와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미국 유체역학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해석에 이의를 제기했다. 콜모고로프 이론은 기본적으로 유체의 속도장에 적용되는 이론으로 측정 가능한 실제 데이터가 존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 고흐의 그림은 붓터치와 색감으로 구성된 예술 작품으로 이러한 물리량을 식별하거나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과학적 분석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림 속 하늘의 소용돌이가 아무리 실제 공기의 움직임처럼 보여도 측정 가능한 물리량은 아니란 이야기다.
중국과 프랑스 연구팀 주장의 핵심 이론으로 사용한 '콜모고로프 난류 이론의 확장'도 그림에 반영될 수 없다고 짚었다. 콜로고로프 난류 이론은 처음 등장한 이후 밀도, 온도, 압력과 같은 물리량(스칼라량)에 적용되는 식으로 발전됐지만 확장된 이론을 적용해도 그림에서 물리적 특성을 도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라일리 교수는 “그림에는 콜모고로프 난류 이론이 확장된 개념인 '오부호프'와 '코르신' 이론을 적용할 유체의 스칼라량 특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그림 속에 가정된 대기 흐름장은 해당 이론이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예술 작품에 물리학 개념을 연결하는 시도는 창의적이지만 과학적 이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전제 조건과 측정 가능한 물리량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가델하크 교수는 “콜모고로프 이론은 난류 연구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이론이지만 이는 엄밀하게 유체 흐름의 속도장을 대상으로 하는 이론”이라며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은 예술적 추상성을 갖춘 작품이지 물리학 실험의 대상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참고 자료>
- doi.org/10.1080/14685248.2025.2477244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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