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글로벌 빅테크인 구글이 미국 행정부를 등에 업고 한국 위치정보 반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구글이 한국의 위치정보를 확보하려고 하는 명분은 한국 내 구글지도 서비스 고도화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이면에는 자율주행과 디지털트윈, 스마트시티, 모빌리티, 공간정보 산업 등 첨단산업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2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2025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를 살펴보면 미국이 제시한 7대 비관세 장벽 중 하나인 디지털서비스 분야에 한국 정부의 위치기반 데이터 수출 제한이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국가 안보와 보안을 이유로 위치정보 데이터 해외 반출을 제한하고 있다.
또 우리 정부가 구글에 한국 내 데이터센터 건립과 기밀정보 삭제처리 등의 조건부 허용안을 제시한 것을 두고도 미국 정부는 '현지에 데이터 처리센터를 건립할 필요가 없는 한국 기업과 불공정한 경쟁'이라고 비판했다. 미 정부는 위치기반 정보를 해외 반출해야 하는 이유로 교통정보와 내비게이션 경로 안내를 예로 들었다.
그러나 현재 구글에 제공된 1대 2만5000 축척의 지도로도 경로 안내 서비스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관련 업계의 판단이다. 애플이 같은 축척의 지도 데이터로 이미 한국에서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 이 때문에 구글이 1대 5000 고정밀지도를 요구하는 노림수는 한국 내 위치정보 기반 첨단산업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산하 자율주행차 개발업체인 웨이모는 내년부터 자율주행 호출서비스를 미국 워싱턴D.C.에서 시작한다. 웨이모는 운전자 없이도 승객을 목적으로 실어나르는 무인완전자율주행 차량이다. 자율주행 서비스를 하려면 고정밀 위치정보가 필요하다. 또 구글은 지난 2023년 증강현실과 광학 인공지능(AI)이 더해진 '이머시브 맵'을 선보이고, 세계 주요 도시의 주요 실내시설을 3D모델로 시각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구글이 수집한 거리뷰 데이터와 항공·위성 사진으로 건물의 위, 내부, 입구는 물론 시간대별 풍경, 날씨, 교통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고, 내부 뷰를 볼 수 있는 '인도어 라이브 뷰'도 업데이트하는 중이다.
국내 업계는 구글이 자체 위성에 한국 정부로부터 확보한 고정밀 위치정보를 결합할 경우 국내 관련산업 생태계가 크게 휘청거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석종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회장(대구과학대학교 측지정보학과 교수)은 이날 본보와 통화에서 "구글의 자본력과 위치정보가 결합될 경우 국내 위치·공간정보 업계는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구글이 고정밀 위치정보를 어떻게 가공하고 재생산할지 전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성급하게 지도 데이터를 반출한다면 관련 산업이 황폐화될 것이라는 걱정이 크다"고 짚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도 "지도 데이터에는 국가 주요 기밀에 해당하는 보안 지역 정보가 포함돼 있어 국내 사업자는 주기적으로 보안심사에 임해야 하는데, 외국 기업이 동일하게 규제나 통제를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며 "국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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