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오전 11시 尹대통령 선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3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집회(왼쪽)와 탄핵기각 집회가 각각 열렸다./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4일 오전 11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의 결정을 선고한다. 윤 대통령이 작년 12월 14일 국회에서 탄핵 소추된 지 111일 만이다. 헌재(憲裁)에서 탄핵을 기각 또는 각하하면 윤 대통령은 즉시 직무에 복귀한다. 반면 탄핵을 인용하면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잃는다. 그러나 헌재 결정 선고를 하루 앞둔 3일에도 윤 대통령이나, 윤 대통령 탄핵 소추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에서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약속은 나오지 않았다. ‘헌재 결정이 생각과 다르면 수용하지 않겠다’는 국민이 10명 중 4명이 넘는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헌재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든 한국 사회가 탄핵 찬반으로 나뉘어 분열과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픽=양진경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대통령 탄핵 심판 판결에 승복할 것이며 심판 이후를 철저히 준비하고 대비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전날 “승복은 윤석열이 하는 것”이라고 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도 승복 관련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주 4·3 계엄에 의한 국민 학살이 단죄되지 못해 80년 5월 계엄령에 의한 국민 학살이 이어졌고, 그에 대한 책임 역시 완벽하게 묻지 못해 (12·3) 계엄에 의해 군정을 꿈꾸는 황당무계한 일이 일어났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사(社)가 3일 발표한 공동 전국지표조사에서 헌재의 탄핵 심판 과정을 신뢰한다는 응답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6%로 동률이었다.
종교계 등 각계 원로들은 정치권과 국민이 헌재 결정을 수용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결정 선고를 하루 앞둔 3일, 서울 종로구 헌재 주변에선 탄핵 찬반 세력의 집회가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도 헌재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든 승복하겠다는 일치된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둘러싼 찬반 대립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헌재의 결정 선고가 갈등의 끝이 아니라 더 큰 분열과 대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3년 11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와 관련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광화문 천막 당사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 회의 도중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연합뉴스·조인원 기자
3일 발표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사의 전국지표조사에서 헌재의 탄핵 심판 과정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2주 전 같은 조사에서 헌재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60%였는데, 지난주 53%로 떨어진 데 이어 이날 46%로 더 떨어졌다. 반면 헌재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주 전 36%에서, 지난주 40%, 이번 주 46%로 가파르게 올랐다. 헌재의 탄핵 심판 결과가 ‘내 생각과 다르면 수용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지난주 40%였는데, 이날 발표에선 44%로 올랐다. 헌재의 탄핵 심판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커지면서 정치권에서는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불복 운동’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민주당은 이날 헌재를 향해 ‘윤 대통령 파면’ 선고를 거듭 요구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드디어 내일이면 내란 수괴 윤석열은 파면될 것”이라며 “증거가 차고 넘친다. 헌법에 따른 결론은 파면이고 국민 명령도 파면”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도 “승복은 윤 대통령만 하면 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국민을 향해 ‘불복’을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재명 대표가 바라는 것이 충돌과 유혈 사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장외의 탄핵 찬반 세력도 이날 밤부터 헌재 주변 일대에서 밤샘 집회에 들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일을 하루 앞둔 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모습./사진공동취재단
윤 대통령 탄핵 찬반 세력이 격하게 대립하는 양상은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때와는 사뭇 다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는 탄핵 찬성 여론이 80%에 달했다.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는 탄핵 반대 여론이 내내 20%를 밑돌았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헌재 변론에 출석하지 않았다. 반면 윤 대통령은 헌재 변론에 꼬박꼬박 출석해 직접 변론에 나섰고 탄핵 반대 여론도 30~40%를 오가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는 국민의힘 진영이 탄핵 찬반으로 갈라져 분당(分黨)했지만 이번엔 한 울타리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결정 선고 이후 정치권의 대립을 격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170석 원내 1당을 이끄는 이재명 대표가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는 것도 정국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8년 전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도 탄핵을 인용하는 경우에만 승복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하루 전날 “바른길을 훼손하는 장애가 발생하면 바른길을 가기 위해 노력하겠다. 촛불을 더 높이 크게 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 이 대표는 이날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12·3 친위 군사 쿠데타 계획에는 5000~1만명의 국민을 학살하려던 계획이 들어있다”며 “자신의 안위와 하잘것없는 명예, 권력을 위해 수천 수만 개의 우주를 말살하려 한 것”이라고 했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무책임한 망발”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입장문을 내고 “헌재와 헌법재판관에 대한 불신은 곧 우리 사회에 대한 불신이자,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도 “(헌재) 선고 결과를 받아들이고 서로 용납하고 포용하는 성숙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불교 태고종은 성명을 내고 “결과에 대한 승복은 민주 시민으로서 책임이며 사회의 안정을 위한 당연한 의무이자 윤리”라고 했다. 앞서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 대한변호사협회 등도 헌재 결정에 승복하라는 입장문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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