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공백에 라면·커피·맥주 등 줄줄이 가격 인상
朴 탄핵 당시 인상 행렬 줄어…일부는 여전히 인상
4일 오전 전북 전주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2025.4.4/뉴스1 ⓒ News1 강교현 기자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4일 탄핵 심판에서 파면 결정을 받았다. 차기 리더십을 선출하기 위한 대선 정국으로 전환하면서 리더십 공백 상태에서 줄을 잇던 식음료 업계의 가격 인상 행렬에도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사태 이후 주요 식음료 업체들은 전방위적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특히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장바구니 물가의 신호로도 평가하는 라면 가격까지 올랐다.
농심(004370)은 지난달 17일부터 라면과 스낵 17개 제품 출고가를 평균 7.2% 인상했다. 2023년 7월 정부 요구로 내렸던 신라면과 새우깡 가격을 회복한 것이다. 진라면을 판매하는 오뚜기도 이달부터 라면 16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7.6% 상향 조정했다.
카페들도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 국내 커피 1위 업체인 스타벅스는 지난 1월 톨 사이즈 음료 22종의 가격을 200~300원 인상했다. 할리스와 폴바셋 등도 가격을 상향 조정했으며, 저가 커피 브랜드인 컴포즈커피와 메가MGC 커피도 가격을 인상했다.
버거류 제품에서도 △롯데리아 3.3% △맥도날드 2.3% △버거킹 1% △노브랜드 버거 2.3% 등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외에도 오비맥주, 아사히맥주 등 맥주 제품군 및 롯데웰푸드(280360), 빙그레(005180) 등의 제과·빙과 제품들도 줄줄이 가격을 올렸다.
윤석열 정부는 경제부총리가 직접 나서 라면 가격의 적정성 문제를 제기할 만큼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에 압박을 거세게 가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의 리더십 공백이 생기자, 업계는 반작용을 보이면서 가격을 연일 끌어올린 것이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 마트에 라면이 진열돼 있다. /뉴스1 ⓒ News1
다만 업계에서는 탄핵 정국이 끝나더라도 가격 인상이 멈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 당시에도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후 헌법재판소의 선고 전까지 농심의 신라면, 동원F&B(049770)의 참치캔 등 주요 서민 제품의 가격이 인상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헌재의 선고 후 BBQ가 치킨 가격을 평균 10% 인상하려 할 때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반발하자 BBQ는 가격 인상을 철회했다.
국회의 탄핵 소추안 가결 직후 이미 상당수 업체가 일찌감치 가격을 올려 헌재의 선고 이후에는 가격 인상을 단행한 업체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반면 정부의 관심이 덜 했던 외산 담배(BAT로스만스, 필립모리스)는 면세점 납품 담배를 보루당 3달러 인상했고, 공차코리아도 음료 가격을 조정하는 등 인상 행렬을 이어갔다.
대선 막판이던 2017년 5월 BBQ는 결국 다시 가격을 올린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삼양식품이 라면 가격을 평균 5.4%, 롯데칠성음료도 사이다 등의 제품 가격을 7.8% 인상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선이 끝날 때까지는 권력 공백 상태가 지속된다"며 "관세와 환율 등 대외 환경이 좋지 않아 가격 인상 행렬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식품 업계는 수익성만큼이나 경기 활성화도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며 "시장 분위기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가격 인상 행렬은 줄어들 것"이라고 봤다.
h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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