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실적 추이. 배민 제공
‘무료 배달’ 경쟁에 실속 빠져...배민 호시절 막
[파이낸셜뉴스] 배달앱 시장이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리고 있으나 출혈 경쟁이 격화되면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매출 4조원을 넘기며 시장 외형 확대를 주도했지만, 쿠팡이츠·요기요 등 경쟁사의 ‘무료 배달’ 공세가 이어지면서 업계 전반의 수익성에는 경고등이 켜진 모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배민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3조4155억원)보다 26.6%가 늘어난 4조3226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8.4%가 줄었다. 외주용역비가 매출의 절반 이상 규모인 2조2369억원으로 무려 73.4% 치솟으며 매출 성장률을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외주용역비는 라이더 배달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배민의 영업비용은 3조6818억원으로 전년(2조7156억원) 대비 35.6%가 늘었다. 즉, 지난해 무료배달 등으로 소비자가 유입되며 매출이 약 8000억원 가량 늘었지만, 관련 비용 또한 1조원 가량 증가하며 수익성이 크게 줄었다는 의미다.
이같은 상황은 요기요도 마찬가지다. 요기요 운영사 위대한상상의 지난해 매출은 2752억원으로 전년 대비 3.7%가 늘었지만 43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쿠팡이츠의 정확한 영업비용은 알 수 없지만 최근 대규모 마케팅 등을 감안할 때 상당한 비용이 투입됐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료배달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각 플랫폼이 소비자가 부담하던 라이더 비용을 대신 지급하는데, 매출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비용이 증가하는 폭이 더 크다"라며 "무료배달이 늘어날수록 매출이 증가하지만, 비용은 더 늘어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영업비용 증가는 최근 격화되는 경쟁에 따른 결과다. 최근 배달 앱 시장은 쿠팡이츠가 배민을 바싹 추격하며 '2강 체제'를 굳혔다.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3월 배민과 쿠팡이츠, 요기요의 월간이용자수(MAU)는 각각 2221만 명, 1037만 명, 513만 명으로, 쿠팡이츠가 배민의 절반 수준까지 따라왔다. 배민의 MAU는 지난 1년여간 크게 변동이 없는 답보 상태이나 쿠팡이츠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지난해 1월 쿠팡이츠의 MAU는 553만명으로 배민의 4분의 1에도 못 미쳤으나 10월 883만명, 지난 3월 1037만명으로 격차를 좁혔다.
업계에서는 "코로나 이후의 배달앱 호황이 정점을 지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미 성장세가 조금씩 둔화되고 있는 국내 배달 앱 시장에서 출혈경쟁까지 이어지며 더 이상의 수익성 신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대폭 상승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글로벌 배달 플랫폼과는 정반대 상황이다. ‘미국판 배민’으로 불리는 북미 최대 음식배달 대행 스타트업 '도어대시'의 매출은 107억2200만 달러로 전년대비 24% 이상 늘었고, 우버이츠 역시 매출이 137억50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12.7% 증가했다. 중국의 '메이투안'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74.5%가 급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결국 소비자의 주문을 유지하고 늘려나가야 업주도 매출을 올릴 수 있고 배달 플랫폼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단순한 거래액 확대보다 어떤 방식으로 수익 구조를 유지할 수 있느냐가 향후 경쟁력을 가를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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