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웨이브, '임원 겸임' 기업결합 통해 통합 초읽기 돌입 전망
티빙 2대 주주 KT 찬성 관건…'주주 셈법' 따라 '통합 OTT' 시기 결정될 듯
티빙·웨이브 로고. ⓒ각 사
"합병에 관한 부분은 양사(티빙·웨이브) 모든 주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한명진 SK스퀘어 사장)
넷플릭스 독주 체제를 저지할 '토종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연합'이 올해는 탄생할 수 있을까. 티빙과 웨이브는 2023년 12월 합병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1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공전만 거듭하고 있다. 티빙의 2대 주주인 KT스튜디오지니가 여전히 입장을 유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계약이 성사되려면 KT의 찬성이 필요하다. 넷플릭스 중심의 시장 구도를 흔들려는 티빙·웨이브와, 영향력 축소를 우려하는 KT 간의 이해관계 조율이 핵심 변수로 떠오른다. 이 '주주 셈법' 결과에 따라 토종 OTT 탄생도 그만큼 앞당겨질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티빙과 웨이브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임원 겸임 기업결합'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앞서 양사는 지난해 말 공정위에 임원 겸임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다. 공정위의 기본 심사 기간(30일 이내)과 최대 연장 가능 기간(90일)을 고려할 때, 승인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에는 주식 취득, 임원 겸임, 합병, 영업양수도, 신설회사 설립 참여 등이 있다. 5가지 행위 중 하나라도 발생하면 기업결합으로 본다. 임원 겸임은 A회사의 경영진이 B회사의 경영진으로도 이름을 올리는 경우로, 양사 간 실질적인 경영 관여가 발생할 수 있어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대상이 된다.
티빙의 최대주주는 CJ ENM(48.9%), 웨이브의 최대주주는 SK스퀘어(36.7%)다. 공정위의 '임원 겸임' 승인 시 양사는 경영진을 상호 파견해 실질적인 통합 작업을 준비할 수 있게 된다. 웨이브 운영사인 콘텐츠웨이브가 지난 26일 주주총회에서 이헌 SK스퀘어 매니징 디렉터(MD)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도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이 신임 대표는 SK텔레콤 전략 투자 담당 등을 거친 인물로, 티빙-웨이브 합병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양사 합병에 유보적 입장을 취하는 KT와의 소통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KT 자회사 KT스튜디오지니는 티빙 지분 13.5%를 보유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찬성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KT 측은 "국내 유료방송 전반에 대한 영향뿐 아니라 KT그룹과 티빙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미치는 영향, 티빙 주주로서 주주가치 제고에 유리한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 중"이라고만 밝힌 상황이다.
KT의 속내는 복잡하다. 국내 OTT 합병에 찬성할 경우 본업이 위협받을 수 있어서다. KT는 IPTV·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 등 유료방송에서 확고한 입지를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OTT 2개사가 합쳐지고 콘텐츠 소비가 OTT에 집중될 경우, 유료방송 플랫폼에서의 콘텐츠 경쟁력과 시청자 기반은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
합병을 CJ와 SK가 주도하고 있는 만큼 KT의 입지도 그만큼 쪼그라들 수 있다. 다시 말해 콘텐츠·방송 협상력은 약화되고 CJ·SK 중심의 콘텐츠 생태계는 강화되는 상황을 KT가 쉽게 찬성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OTT 합병을 미루다가는 넷플릭스 독주 체제를 더 공고히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통합이 늦어질수록 콘텐츠 투자·사용자 유입 등에서 주도권을 글로벌 플랫폼에 내어주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앱·리테일 분석 업체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1월 전체 OTT 앱 사용 시간 점유율은 넷플릭스가 61.1%이며 이어 티빙(16.5%), 쿠팡플레이(10.2%), 웨이브(9.0%) 순으로 조사됐다. 넷플릭스와 대등한 경쟁을 펼치려면 국내 OTT사끼리 손을 잡는 것이 시급하다.
합병에 목마른 CJ와 SK로서는 '임원 결합'으로 기업결합 초읽기를 진행하는 동시에 KT의 동의를 얻기 위한 설득 작업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KT는 합병 후 지분율, 이사회 등 경영 참여 구조와 콘텐츠 유통 측면에서 전략적 지위를 확보하려는 '주주 셈법'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주주 셈법이 맞아떨어질 경우 본계약→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신청은 빠르게 전개될 전망이다. 15개월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는 티빙·웨이브가 우여곡절을 딛고 '통합 OTT'로 새롭게 출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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