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경북 의성군 산림이 산불에 초토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산림청은 이날 엿새만에 경북 산불의 주불 진화 완료를 선언했다./연합뉴스
지난 22일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해 안동시·청송군·영양군·영덕군까지 번진 산불이 6일 만에 꺼졌다.
28일 산림청은 이날 오후 5시 기준 경북 5개 시군의 산불을 진화했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오전 11시 25분 경북 의성군에서 처음 산불이 발생한 이후 149시간 35분 만이다.
지난 엿새간 산불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 및 추정되는 산불영향구역은 4만 5157ha로 여의도 156개 면적이며, 축구장 6만 3263개 크기다. 역대 산불 피해 중 가장 크다.
이 산불은 지난 22일 50대 남성의 성묘객이 의성군 한 야산에서 실수로 불을 질렀다가 불길이 확산한 것으로 추정돼 산림 당국이 수사 중이다. 처음 의성군 안평면·안계면 야산에서 시작됐으나 이후 초속 10m 강풍과 높은 기온, 건조한 날씨로 인해 4개 시군으로 번졌다. 이번 산불이 의성에서 영덕군까지 번진 속도는 시속 8.2km로 역대 산불 중 가장 빨랐다.
이 산불로 경북 5개 시군에서 총 24명이 숨졌고, 주택 등 시설 2412곳이 불에 탔다. 이 중 산불을 끄던 헬기 조종사와 산불 진화대원도 숨졌다. 경북 지역에서 발생한 이재민은 3만 6000여 명으로, 집에 귀가하지 못하고 대피소에 머무는 이들은 6285명에 달한다.
문화재 피해도 컸다. 경북 의성의 천년 고찰인 고운사, 운람사가 불에 탔고, 영양군 천연기념물 소나무인 만지송 일부도 불에 탔다.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까지는 2km 앞까지 불길이 접근하는 등 위험한 상황도 있었다.
지난 2022년 울진 산불에 이어 이번에도 비가 산불 진화에 큰 도움이 됐다. 엿새간 이어진 진화 작업은 전날 의성 등 5개 시군에 1~3㎜가량이나마 비가 내리면서 속도가 붙었다. 비가 내리고 습도 높은 날씨가 이틀간 지속된 데다 강풍이 불지 않으면서 불길 확산세가 잦아들었다. 전날 63%였던 진화율은 이날 오전 85%로 올랐다. 산림 당국은 이날 헬기 88대와 진화 인력 5587명, 진화 차량 695대를 투입해 5개 시군의 불길을 잡았다.
산림 당국은 산불 재발화를 방지하기 위해 곳곳에 숨어있는 잔불 진화에 나설 방침이다. 경북 지역에 산불 진화 헬기를 일부 남겨두고 지자체 등과 함께 잔불을 끌 예정이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5월 중순까지를 봄철 산불 대책 기간으로 정해 산불 예방과 대응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아직까지 또 다른 산불 발생 위험이 있는 만큼 긴장감을 놓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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