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尹탄핵사건 접수 111일 만에 결론
'신속 재판' 공언했지만, 역대 최장 평의
'만장일치설'부터 재판관 '갈등설'까지
"결정문 초안은 이미 준비됐을 것"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일을 오는 4일 오전 11시로 정했다. 탄핵소추 의결서가 접수된 지 111일 만이다. 변론 종결 후 38일 만에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가 결정되는 가운데, 헌재는 '역대 최장 평의' 기록을 세웠다.
헌재는 지난달 25일 변론을 마무리했다. 앞서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는 변론 종결 후 각각 14일, 11일 만에 이뤄져 이번에도 3월 중순 선고가 예상됐으나 예측이 빗나갔다. 특히 "대통령 탄핵 사건이 다른 어떤 사건보다도 중요하다"며 신속한 재판을 공언한 헌재였지만, 이번에는 숙고의 시간이 길어졌다.
헌재의 평의가 길어질수록 다양한 추측이 제기됐다. 먼저 재판관들이 '만장일치' 의견을 도출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탄핵 사건에서 헌재가 연이어 8대0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이러한 해석에 힘이 실렸다. 이는 4대4 의견으로 나뉘어 기각된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 사건과는 다른 흐름이었다.
또한 재판관들의 결론은 이미 나왔지만, 탄핵 찬반 여론이 과열된 상황에서 결정문을 다듬는 데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평의가 한 달을 넘기고 3월 말이 되자, 재판관 간 견해차가 극심하다는 '갈등설'이 돌기 시작했다. 특히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사건에서 기각 5명, 인용 1명, 각하 2명으로 의견이 적나라하게 갈리자 이러한 주장이 더욱 힘을 얻었다. 인용 의견을 낸 정계선 재판관과 위헌·위법성조차 인정하지 않은 기각 의견의 김복형 재판관은 정반대의 논리를 펼쳤다.
4월 초 선고가 가시화되자 헌재가 '5대3 교착상태'에 빠졌다는 논리가 부상했다. 재판관 5인이 인용 의견인 상황을 가정할 때 마은혁 재판관이 임명된다면 6명 찬성이 필요한 탄핵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같이 선고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문제에 헌재가 선고일을 잡지 못한다는 분석이었다. 그러자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오는 18일까지도 결론을 내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헌재가 한덕수 국무총리 등 여러 사건을 동시에 심리한 점도 선고가 늘어진 배경으로 꼽힌다. 전직 헌법연구관을 지낸 변호사는 인용 판단이 나올 것을 전제로 "대통령 사건뿐 아니라 그동안 다른 탄핵심판 사건의 변론과 선고 때문에 늦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재판관 평의가 30분 만에 끝나는 등 평의 기류가 바뀐 것을 두고는 "이미 결론이 나 있었던 걸로 봐야 한다"라고 짚었다. 헌법연구관 출신 한 교수는 "변론이 종결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선고일을 잡지 못한 것은 헌재 내부에서 정치 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봤다.
국회 측이 탄핵심판 쟁점에서 형법상 내란죄를 철회한 점과 비상계엄 관련자의 피신조서 증거 채택을 둘러싼 절차적 문제 등도 재판관들이 신중히 검토했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측은 이를 각하 사유로 주장해 왔다. 또한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구속 취소되면서 헌재의 고심이 길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헌재가 재판관 8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으로 탄핵소추를 인용하면 윤 대통령은 파면된다. 반대로 기각·각하 결정이 내려지면 윤 대통령은 즉시 업무에 복귀한다. 법조계에서는 기각 결정이 나올 경우 "사실상 계엄의 '면허장'을 내주는 것"이라며 인용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또 다른 헌법연구관 출신의 변호사는 "평결이 끝났고 결정문 초안까지 작성된 상태일 것"이라며 "결론이 나지 않았다면 선고 기일을 지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오는 4일 결단의 순간에 다다른 헌재다. 헌재는 국민적 관심사를 고려해 선고일에 방송사의 생중계와 일반인 방청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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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임민정 기자 fores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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