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널 기술 전환 속도 빨라져
그래픽 처리 장치(GPU)가 디스플레이 시장까지 바꾸고 있다. GPU는 AI 학습과 운영에도 쓰이지만 본래 목적은 게임이나 고화질 영상을 구현할 때 필수적이다. 최근 GPU의 높은 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고성능 OLED(유기 발광 다이오드) 모니터가 주목받게 됐다. 모니터용 디스플레이가 LCD(액정 표시 장치)에서 고성능의 OLED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LCD에서 중국에 따라잡힌 한국 기업들은 OLED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높은 기술력으로 선보이며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있다. 해상도가 높고 반응 속도도 빠른 모니터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22년 16만대였던 OLED 모니터 패널 출하량은 올해 301만대로 18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김성규
◇삼성·LG, 고성능 패널 경쟁
고성능 모니터의 핵심 요소는 크게 4가지다. 해상도와 PPI(Pixel per inch), 주사율, 응답 속도다. 한 화면에 픽셀(이미지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 수가 많을수록 해상도가 좋고, 1인치당 픽셀 수(PPI)가 클수록 화면이 더 선명하다. 1초당 모니터가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 개수인 주사율은 높을수록 매끄러운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다. 화면이 교체되는 속도인 응답 속도는 빠를수록 잔상감이 줄어든다. 고성능 OLED는 이 4가지 요소의 성능이 일반 사무용으로 쓰는 모니터보다 월등히 높다. 이에 빠른 움직임이 필요한 게임용이나 고해상도 영상 감상용으로 쓰인다.
그래픽=김성규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초 ‘27인치 UHD 패널’을 출시했다. 게이밍용 27인치 OLED 모니터에 초고화질인 UHD를 구현한 것은 세계 최초다. 픽셀 밀도가 160PPI로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화면이 선명해 사진 편집이나 동영상 제작을 할 때도 세밀한 작업이 가능하고, 영화 감상이나 게임을 할 때도 생생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상반기에는 주사율이 500㎐인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주사율 500㎐는 1초 동안 이미지를 500장 보여준다는 것으로, 일반 사무용 모니터는 100㎐ 미만이다.
LG디스플레이는 게이밍용 OLED 패널 중 최고 화질인 ‘5K2K 45인치 게이밍 OLED 패널’을 양산 중이다. UHD보다 약 1.3배 초고화질을 구현할 수 있다. 응답 속도도 0.03㎳(밀리초·1000분의 1초)로 평균 응답 속도가 3㎳인 LCD보다 100배 빠르다. 주사율이 높아도 응답 속도가 느리면 잔상이 남을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이 제품에 자체 기술인 ‘DFR(가변 주사율·해상도)’을 적용했다. 콘텐츠에 따라 고주사율 모드와 고해상도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기술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 외에도 주사율 480㎐를 지원하는 27인치 모니터를 개발했다.
◇고성능 GPU에 맞는 모니터 필요
고성능 모니터 수요가 높아지는 이유는 GPU의 부상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지금까지 OLED 패널이 일반 모니터용 LCD 패널보다 해상도·주사율 등이 월등히 높아 ‘오버 스펙’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GPU 대표 기업인 엔비디아가 출시하는 GPU는 높은 수준의 모니터를 필요로 한다. PC 제조사들도 GPU 성능에 맞는 고성능 모니터를 패널 업체에 요구하는 상황이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고성능 GPU의 출현으로 업계 분위기가 뒤바뀌고 있다”며 “기술력을 갖춘 패널 제조 업체만이 고성능 모니터 디스플레이를 주문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모니터용 OLED 패널 시장은 삼성과 LG가 90% 넘게 차지하고 있다. LCD와 달리 OLED 분야는 중국의 기술력이 한국과 비교하면 뒤처진다.
GPU의 가격 하락도 OLED 패널 성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신규 출시한 GPU가 전작보다 가격이 3분의 1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GPU 구매에서 아낀 비용을 고성능 모니터에 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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