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방송·문화]
애순 연기한 아이유·문소리 인터뷰
세 모녀 인생 이야기로 눈물과 공감
“꺾인 적 없는 애순에 동질감 느껴”
문소리(오른쪽)와 아이유는 ‘폭싹 속았수다’로 많은 시청자의 심금을 울렸지만, 동시에 자신들도 위로를 받았다. 두 사람은 애순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며 동질감을 느꼈다고 했다. 넷플릭스 제공
누구나 인생엔 자신만의 사계절을 품고 산다. 그 계절을 지나는 동안 내가 어떤 계절을 지나는지 모를 뿐이다. 모든 계절엔 양면이 있듯 우리의 삶도 제 나름의 크고 작은 행복 혹은 역경을 지나간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그런 우리의 삶에 “살면 살아진다” “살아보니 수만 날이 봄이었다”고 말하며 등을 토닥인다.
많은 시청자를 울리고 웃겼던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가 최근 막을 내렸다. 광례(염혜란)에서 애순(아이유·문소리), 금명(아이유)으로 이어지는 모녀 이야기와 애순과 관식(박보검·박해준)이 일궈나간 일생은 많은 시청자가 자신의 엄마 혹은 부모님을 떠올리며 눈물짓게 했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에서 만난 아이유와 문소리도 시청자와 같은 경험을 했다고 회상했다. 문소리는 “저희 엄마와 애순이가 비슷한 세대다. 없는 형편에서도 딸을 부족함 없이 키우시는 데 최선을 다한 그런 삶이 (애순, 관식과 비슷해서) 저희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나게 했다”며 “내가 그들의 상황이었다면 난 그 반만큼도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폭싹 속았수다’는 독특하게도 젊은 시절의 애순을 연기한 아이유가 애순의 딸인 금명도 연기하는 1인 2역으로 전개됐다. 밥상을 엎은 엄마의 삶을 이어받은 딸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그것이 후대에도 이어진다는 의미의 표현이다.
아이유는 “광례가 물질하며 지킨 애순이가 밥상을 엎었고, 그 모습을 본 금명이는 자신의 욕심을 꺾지 않고 성공했다. 이런 엄마의 모습을 본 새봄이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 거다. 이렇게 이어진 모녀 이야기가 제게는 크게 다가왔다”며 “저희 이전 세대에 대한 존경, 그리고 현세대와 다음 세대에 대한 응원이라는 메시지를 공들여 쓴 작품이라는 게 느껴졌다”고 했다.
1950년대와 60년대 후반에 태어난 애순과 금명이지만, 아이유는 두 인물에게서 동질감을 느꼈다고 했다. 꿈도 많고 지기 싫어하지만, 이루지 못해도 좌절하지 않는 맷집이 있다는 점이 그랬다. 아이유는 “제가 느끼기에 애순이는 한 번도 꺾인 적이 없었다”며 “애순이는 많은 사람과 교류하고 연대했고, 사랑받고 사랑했다. 이게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싶었는데, 제가 이 지점에서 공감하는 걸 보며 비슷한 사람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폭싹 속았수다’가 많은 시청자에게 사랑받은 이유 중 하나는 어느 캐릭터 하나 허투루 쓰이지 않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공동체의 힘을 보여줘서다. 문소리는 “애순과 관식 두 사람의 일생을 그렸지만, 그 주변 사람들, 학씨아저씨(부상길)나 은명이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도 많더라”며 “저는 은명이를 보며 2살 어린 제 남동생 생각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아이유와 문소리는 이번 작품을 통해 한 인간으로서 위로받는 경험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유는 “애순은 관식이 떠나고서 비로소 시집을 다 쓴다. 이렇게 헤어짐 자체보다 그 이후의 삶이 왜 가치 있고, 살아 나가야 하는 건지를 조명해주는 게 한 명의 인간으로서 위로와 힘이 됐다”고 했다. 문소리는 “이 작품을 하고 나서 ‘슬퍼 말자, 만날 봄인 듯 살 수 있다. 내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여름도 겨울도 즐길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며 “그래서 애순이가 쓴 시 중에 마지막 시 ‘오로지 당신께’가 마음에 남는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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