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칼리성 염수를 포함한 지각판이 맨틀로 섭입되는 과정에서 활석 광물의 초수화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연세대 제공.
물 분자가 압력을 받아 광물에 추가되는 현상을 ‘초수화’라고 한다. 국내 연구팀이 지구 내부에 초수화 광물이 존재할 것이란 실험 결과를 내놓았다.
연세대는 이용재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알칼리성 염수를 함유한 지각판 섭입대에서 발생하는 초수화 반응을 실험적으로 규명했다고 18일 밝혔다.
지구의 물은 대기와 지표를 순환할 뿐 아니라 해양 지각판의 섭입(한쪽 판이 다른 판 밑으로 들어가는 현상)을 통해 지구 내부로도 깊이 침투한다. 오랜 시간 바닷물과 접촉해온 광물인 ‘함수광물’들이 지각판에 포함돼 섭입되면서 지구 내부로 물을 운반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연간 약 10억t(톤)에 달하는 물이 섭입대를 따라 지구 내부로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바닷물 성분과 같은 알칼리성 염수에서 함수광물이 섭입하는 깊이에 따라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관찰했다. 연구팀은 섭입대 깊이별 온도 및 압력 조건을 만든 뒤 섭입대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함수광물 중 하나인 ‘활석’의 반응을 관찰했다.
활석은 광물 경도를 나타내는 ‘모스 굳기계’에서 단단함이 가장 약한 1번에 해당하는 부드러운 점토광물이다. 이 광물은 일반적으로 약 5%의 물을 함유하며 높은 온도와 압력 조건에서는 추가적인 수화 반응으로 물 함량이 8~13%로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번 연구에서는 활석이 더 많은 물을 함유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90km에 해당하는 섭입대 깊이의 온도 및 압력 조건에서는 약 31%의 물을 함유하는 ‘초수화 활석’이 된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초수화 활석은 섭입대 약 125km 깊이에 해당하는 온도 및 압력 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이후 깊이가 더 깊어진 조건에서는 물이 방출되는 탈수 반응이 일어나 기존에 알려진 활석의 결정상으로 전환됐다. 이때 방출되는 다량의 물은 지진 발생을 유도할 수 있고 마그마 형성을 통해 화산 분출을 유발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섭입대에서 일어나는 광물의 변화와 물 순환 기작은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역동적이며 지표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해석했다.
이 교수는 “만약 초수화 반응이 지난 2억 년 동안 지속됐다면 현재 약 300m의 해수면 감소량에 해당되는 물이 섭입대를 통해 지구 내부로 유입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지난 7일 게재됐다.
<참고 자료>
doi.org/10.1038/s41467-025-56672-6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