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적 성장 거듭하고 생태계 확장
팬덤 플랫폼이 연예인의 인기를 가늠하는 플랫폼을 넘어 질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월 트로트 가수 박군의 생일을 기념하는 온라인 투표 이벤트가 진행된 직후 1500만표가 넘는 표가 몰렸다. 인공지능(AI) 솔루션 기업 인포뱅크가 서비스하는 트로트 팬덤 플랫폼 '스타투'에서 벌인 이벤트였다.
하이브의 팬덤 플랫폼 '위버스'에서 2024년 한 해 동안 판매된 상품 수는 무려 2060만개에 달했다. 전년 대비 13% 늘었다. 위버스 트래픽은 90% 이상이 한국 외 지역에서 발생한다. 팬덤 플랫폼의 영향력이 국내를 넘어서고 있다는 의미다.
팬덤 플랫폼의 진화
팬덤 플랫폼이 뜨고 있다. 팬덤은 연예인을 단순히 좋아하는 감정을 넘어 강한 사랑과 충성심을 바탕으로 지지를 아끼지 않는 집단을 뜻한다. 팬덤 플랫폼은 이런 팬덤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다. 온라인·모바일 앱에 구현된 팬덤 플랫폼은 팬과 아티스트, 팬과 팬 사이의 소통을 강화한다.
예를 들어 트로트 스타에 특화한 '스타투'는 인기 예능 '미스터트롯3'와 협업해 톱7 아티스트 김용빈, 손빈아, 천록담, 춘길, 최재명, 남승민, 추혁진 등을 대상으로 하는 팬덤 투표를 진행하는데, 이를 통해 선정된 가수의 국내 홍보활동을 지원하고 팬 상대로는 오프라인 이벤트를 제공하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위버스, 최애돌, 스타투와 같은 플랫폼은 팬들에게 독점적인 콘텐츠, 소통 창구, 팬덤 전용 이벤트 등을 제공해 팬과 아티스트 간의 거리를 좁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팬들이 모금 프로젝트나 이벤트 참여, 굿즈 구매와 같은 활동에 더욱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팬덤의 영향력도 극대화한다"고 설명했다.
/위버스 화면 갈무리.
팬덤 플랫폼을 통한 소통도 폭발적 규모를 자랑한다. 아티스트들이 위버스에서 팬 상대로 날리는 프라이빗 메시지 'DM'를 사용한 경우는 지난해 69만8000건에 달하고, 팬들은 9636만건 규모를 보냈다. 가장 많은 DM을 수신한 아티스트 변우석은 지난해 1640만건에 이르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위버스의 월 활성 이용자수(MAU)는 올 3월 약 116만명 수준이다. 이를 글로벌로 확장하면 규모는 엄청나게 증가한다. 지난해 말 기준 위버스의 MAU는 자체 집계 기준 940만명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위버스는 2019년 론칭 이후 JYP를 제외하면 국내 대표적 엔터사 대부분의 아티스트가 활동하고 있어 사실상 케이팝 스타 대부분이 있는 곳"이라며 "이곳을 통해 팬덤 플랫폼 시장의 성과를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질적 수준 업그레이드 지속…신규 진입도
위버스는 초기에 팬덤 관련 커뮤니티와 커머스 등을 제공했는데, 점차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강화했다. 라이트 콘서트 스트리밍, 팬과 아티스트의 1대1 메시지 서비스, 음원 스트리밍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와 함께 다양한 유형의 경쟁 사업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생태계가 커지고 있다.
가령 투표 중심 팬덤 플랫폼 '최애돌'은 팬들이 매일 '좋아요'와 같은 표현을 통해 아티스트의 랭킹을 높이면 상위 랭킹에 오른 스타에게 각종 혜택을 제공할 뿐 아니라 광고 활동 등으로 팬덤의 활동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스타투의 경우 박군의 생일기념 투표가 목표를 달성하자 그의 고향 울산광역시 울주군의 318번 버스 외벽에 광고를 진행하기도 했다. 회사 측은 "팬 문화와 지역사회의 새로운 소통 방식을 제시하고, 트로트 문화의 저변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인포뱅크가 팬덤 플랫폼 '스타투'에서 트로트 가수 박군의 생일을 기념하는 이벤트를 벌여 울산시 버스에 광고를 진행했다./사진=인포뱅크 제공
사회적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인포뱅크의 글로벌 팬덤 플랫폼 '아이도키'의 경우 지난달 23일 국제 강아지의 날을 맞아 강아지와 닮은 애견인 아이돌을 주제로 팬 투표를 진행해 유기견 보호소에 각 아티스트의 이름으로 사료를 기부하기도 했다.
이 투표에는 소녀시대 태연, 블랙핑크 로제, 세븐틴 호시, 방탄소년단 슈가 등 반려견을 키우는 16명의 아이돌 스타들이 후보로 선정됐다. 1위는 제로베이스원 성한빈이 차지했다.
팬덤 플랫폼의 이같은 효과와 기능을 확인하고 세계관을 더욱 확장해 신규 진입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달 25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18개 언어로 글로벌 론칭한 '베리즈'는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 등 인간 지식재산권(IP)은 물론이고 웹툰,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 콘텐츠 IP 팬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콘셉트다.
업계 관계자는 "팬덤 플랫폼은 기존 팬덤 문화를 더욱 체계적이고 편리하게 발전시키는 데 핵심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며 "전 세계 팬들이 같은 목표를 위해 협력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팬과 팬, 팬과 아티스트가 더욱 깊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훈 (99r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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